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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모기와 함께 잠드는 사람의 사념

예전에는 분명 찌는 듯한 한여름에 모기가 많았던 기억인데, 요즘 여름엔 모기도 더운지 좀 쉬고 있다가 날이 선선해지면서 더 눈에 띄는 기분이다. 분명 피를 빨아먹고 그 뒤에 생긴 상처에 간지러움이 남는게 모기가 거슬리는 이유 중 하나일테지만, 잠을 자려고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을 때 청각으로 느껴지는 알 수 없는 위협감이 그 중 으뜸같다. 그렇게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당장 물려서 아픈 것도 간지러운 것도 아니지만, 내가 관심을 주고 싶지 않을 때 내 주변을 서성이는 어떤 것의 존재는 거슬림의 감각을 쉽게 뛰어넘어 그 이상을 향한다. ​ 나는 거슬리는 존재에 관심을 잘 주지 않는 타입이다.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어그로에 잘 안 끌리는 편이라고 해야할까? 결코 내 자신이 해야할 일을 묵묵하게 하고 그 일에 집중력을 다 쏟는, 그런 진중하고 정신력이 강한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후속 행동을 안 하는 쪽에 가깝다. 그냥 어떤 상황이 벌어지든 “그렇군.”하고, …

October 09,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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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이라는 관념 속으로 사라져버리기

얼마전 소셜미디어 계정을 잠시 비활성화 했다. 비활성화를 생각하던 당시의 나는 사이버 자살에 가까운 기분이었지만 (그저 잠시 잠수를 탔을 뿐의, 자살 아닌 엄살이었기 때문에 쉽게 접할 수 있었던) 주변인들의 반응을 더해 생각해보자면 사실 실종같은 느낌에 더 가까웠다. 실종이라고 말하기도 민망한게 다들 나의 별거 아닌 일에 걱정을 할까봐 죄송스러움에 금방 다시 부활했다. (끝까지 부활이라는 표현을 쓰는 뻔뻔함이 나의 과한 엄살을 방증한다.) 이유도 하찮다. 인터넷 세상 속은 모두가 열심히 사는 세상이었고 나는 그렇게 살 자신도, 아니 바라볼 용기도 없어서 그냥 그곳을 떠나기로 한 것 뿐이었다. 아마도 ‘진짜’ 내 삶에도 죽음과 부활이 동시에 존재하고, 내 스스로 그것들을 선택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을 아주 어리석은 방법으로 반복할 사람이다. 도피성으로 죽음을 택하고 남겨진 사람들을 뒤늦게 생각하며 다시 살아나려고 아등바등 흙더미 속에서 몸을 들썩거릴 산송장이다. 사람마다 사는 것이 …

September 1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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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와 담백하다는 말의 전달과 오해

사실 나는 “오늘 아주 담백한 음식을 먹었다”는 글을 보면 무슨 맛의 음식을 먹었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맵고 짜고 달고 시고 고소한 음식은 언어로 표현되어도 내가 인식할 수 있을 정도로 학습되었는데 담백하다는 말은 슴슴한 음식에도 쓰이고 산뜻한 음식에도 쓰여서(지금 당장은 두가지정도의 맛으로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여럿 사람들이 쓰는 걸 보면 내가 나열한 것 외의 맛도 담백하다는 표현 한가지로 하는 것 같다.) 내 안에서 어떤 특정한 한가지 맛이라고 정의를 내리지 못했다. 그럼 사람마다 말하는 담백하다는 표현이 다른 맛의 표현일 수 있다는 것인데, 그 제대로 정의되지 않은 표현이 어떻게 널리 퍼지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 맛은 그럭저럭 대체할 수 있는 표현이 있는 것 같아 ‘담백하다’는 표현을 먼저 예로 들어보았다. 감정으로 생각하면 더 어렵다. 아주 예전에, 누군가를 보고싶다는 말을 완벽하게는 이해하지 못한다는 짧은 글을 썼다가 “당신도 참 불쌍한 사람이네요.”라는 댓글을 받…

September 1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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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 생성하기 그리고 당신의 아이디를 멘션하기

새로 어떤 게임을 시작하려고 할 때 내가 가장 시간을 오래 투자하는 부분은 아이디를 생성하기 버튼을 누르기 직전 마지막으로 고심하는 지점이다. 한번 정하면 (거의) 영원히 바꿀 수 없는 이름은 너무 중요하다. 물론 어떤 게임에선 13000원만 내면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살 수 있지만, 내가 원하는 유니크한 아이디는 이미 누군가에게 선점당했을 것이므로 13000원의 가치가 충분한 지는 잘 모를 일이다. 공짜로 이름을 바꿀 수 있기도 하다. 비윤리적인 아이디를 생성하면 GM이 마음대로 아이디를 바꾸는 벌을 내려 ‘불건전한소환사명123’같은 아무개의 이름이 되니 이런 경우도 생각해 볼 수 있다. ​ 고심해서 아이디를 지었다고 해서, 모두가 나를 내 아이디로써 불러주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나는 게임 속 직업이나 챔피언명으로 불린다. “라인하르트”, “잔나”, “사제”, “탱커” 등이 그렇고, 내가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영어 단어를 이용하여 아이디를 지었다면 나라는 사람에 대한 조금 더…

August 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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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과 그 향유를 위한 에너지

최근에 시간이 많아져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공부도 하고 영화도 열심히 보고 있다. 심지어 그간 듣지 않았던 (일부러 피해왔던) 음악들도 열심히 듣고 있다. 무슨 일을 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한데 아무래도 그 에너지를 짜도 짜도 물 한방울 나오지 않는 걸레짝처럼 짜내썼다가, 좀 쉬니 물기가 다시 생긴게 아닐까 생각한다. ​ 나만이 관리할 수 있는 체력적인 에너지, 정신적인 에너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흥미로운 포인트는, 내 즐거움을 같이 향유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에너지가 고갈될수도, 더 채워질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영화를 보면 영화를 봐도 영화 내용을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없었다. 물론 단순히 영화를 같이보는 영화 메이트가 없진 않았다. 그 친구는 정답을 좋아하는 친구였고, 나무위키(…)나 영화 유튜버들의 리뷰를 보고 나서야 그들의 ‘정답’을 내게 알려주며 영화 얘기를 하고 싶어했다. 나는 그 과정이 너무 피로했다. 물론 그 친구는 각자의 의견을 나누는 것…

August 2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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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회사생활을 마치며

할 게 많으니까 역시 블로그를 쓰고 싶어진다. ‘그럼 블로그를 쓰지 않았던 근 1년간은 할 일이 없는 사람이었나?’ 이런 생각도 들지만 최근까지 의외로 굉장히 성실하고 행복하게 회사생활을 했다. 회사를 좋아했거든. 좋아하는 회사를 다닌 경험은 처음이라, 놀토에도 학교 나가고 싶어했던 것처럼 쉬는 날에도 회사에 나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어떤 이유로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어떤 이유로 퇴직을 하게 되면서 좋았던 사람들과 다 헤어지게 되었다. 물론 그들도 날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진 모르겠지만 나는 구성원들이 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 무엇보다 그들은 예의가 발랐다. 이전회사에서 종종 존중이 없는 발언을 들으면 찡그려지던 미간이 단 한번도 구겨진적이 없었다. 다들 서로를 최대한 존중하는 말투와 태도로 대했다. 이상한 얘기(저새끼 왜저래)를 꺼내면 묘하게 싸한 분위기가 되거나, 그거 이상한 말이라고 지적을 해주는 사람이 있었다. 그런 분위기가 내가 굉장히 안전한 공간에 있다고 안심할 …

August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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